신체화 현상/성격 Somatizing Phenomenon/Personality과 치료사례
경석 씨는 30대 초반의 대학원생이었습니다. 직장을 다니다가 일 년쯤 전부터 피부질환이 악화되어 그만두었다고 했습니다. 어릴 때부터 중고등학교 때까지도 신장염, 폐결핵 등을 앓아서 학교를 다니지 못한 기간이 꽤 된다고 하였습니다. 심하게 우울한 상태였고 자신에 대해 좀 더 알면 나아질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찾아왔다는 것이었습니다.
얼굴에 습진처럼 벌겋게 트러블이 있는 양상이었습니다. 현재는 유독 얼굴만 그렇다고 했습니다. 그래서인지 얼굴에 무척이나 신경을 쓰고 다른 사람들과 제대로 눈을 마주치지 않으려고 했습니다.
경석 씨 자신이 원해서 저를 찾아오긴 했지만 경석 씨와 분석적으로 작업을 한다는 것은 쉽지 않았습니다. 조금이라도 내가 경석 씨의 감정적 어려움에 공감을 보이면 다른 사람들도 다 힘든 데 뭘 그런 걸 갖고 안타깝다 하시냐고 답하기 일쑤였습니다. 겉으로 드러난 상황과 이면에 숨어있을 수 있는 의미를 유추해서 연결하는 것도 무척 어려웠습니다. 늘 공손한 태도로 고개를 끄덕였지만 저는 경석씨가 제 말을 받아들이지 않는 것을 그대로 느꼈습니다. 표면적이고 구체적인 외부적 사실 이상의 것을 소통할 수 없다는 답답함이 늘 저를 옥죄었습니다. 그의 관점에서 보면 객관적으로 드러난 현상은 보이는 만큼의 의미인 것이고 그 드러난 부분만 해결하면 되었습니다. 그는 자신의 피부증상과 우울에 대해서도 뭔가 내면적 이유가 있지 않겠는가 생각을 하다가도 이내 피부만 나아지면 다 해결되지 않겠느냐고 되묻곤 했습니다.
하루는 경석 씨에게 피부질환이 시작되기 전에 특별한 사건 같은 것이 없었느냐고 재차 질문했습니다. 분석 초반에는 별다른 대답을 하지 않았었는데 그날은 잠시 기억을 더듬더니 “맞아요. 그때쯤 십 년이나 연락이 없던 고모가 전화를 했어요.”라고 했습니다. 무슨 일이었냐고 묻자, 그는 스스로도 다소 놀란 듯한 표정으로 대답했습니다. “아버지가 돌아가셨다고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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