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애적 성격 Narcissistic Personality과 치료사례 (3)
제가 길게 말이 없자 그녀도 다소 긴장한 듯했습니다. 저는 “제 마음에 현재 당황스러움과 화가 없다고 한다면 진실하지 않은 것이에요. 영선씨의 말처럼 분명 분석시간은 최대한 지켜지도록 하는 것이 분석가의 책임이에요. 그런 점에서 제 상황으로 취소되는 것은 좋지 않을 수 있어요. 다만 저도 영선 씨도 서로의 삶에 약간의 관심을 가질 수 있게 된다면 조금 다른 가능성이 생길지도 몰라요.” 그녀의 눈꼬리가 올라가는 것이 보였습니다. 저는 이야기를 이어갔습니다.
“제가 치료자로서 완벽히 잘하고 있는 상황이 아니면 심하게 비판받는 느낌을 받게 돼요. 저에게도 인간적인 다른 삶의 영역이 있는데, 영선 씨에게는 제가 분석가로서 모든 것을 이론대로 잘하고 있는 모습 이외에는 늘 비판의 대상이지요. 그렇게 비판받고 혼자 남겨지는 상태가 되면 저도 많이 화가 나고 무척 공허해요.” 그녀는 당황한 듯 얼굴이 굳어서는 말없이 있다가 회기 시간이 다 되자 나가버렸습니다. 저는 그녀에 대한 제 경험을 솔직히 설명한 것, 그녀가 성장과정에서 겪었을 고통을 암시하는 말이 그녀에게 어떤 영향을 주었을지 몰라서 염려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며칠 후 그녀는 분석 시간에 돌아왔고 지난 시간에 아무 일도 없었던 듯이 그날의 일을 전혀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몇 주가 지나서야 영선 씨가 그날의 일을 언급했습니다. 당시에 제 말을 들으면서 참 말을 그럴듯하게 잘한다고 생각하며 화가 났었는데 저도 공허함을 느낀다는 것에 다소 충격을 받았다고 했습니다. 치료자인 제가 그런 감정을 느낄 거라고는 생각지 않았다는 것이었습니다. 자신도 부모의 반대 속에서 심리학을 선택할 때 마음 깊이 어찌할 수 없던 공허함을 해결하려는 갈망이 있었다고 했습니다.
이 상황을 계기로 그녀의 마음이 다소 부드러워지기 시작했습니다. 저의 연약함과 그녀의 연약함, 저의 일상과 그녀의 일상, 저의 구체적인 감정들과 그녀의 구체적인 감정들이 늘 공존하고 교차한다는 것을 그녀도 감지하게 되었기 때문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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