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가정이겪는심리적위기와기회, 그리고‘Emotional Home’ 2
제 경우를 생각해보아도 30대의 미국 유학생활은 분명한 목표를 가진 것이었으나 이해할 수 없을 만큼의 고통스런 외로움과 우울에 시달렸습니다. 정서적으로 따뜻하지 못했던 가족 관계 속에서 항상 가졌던 어딘가 모를 슬픔은, 새로운 환경과 지적인 도전 앞에서 더 고개를 들었습니다. 또한 제 치료실에서 듣게 되는 많은 내담자들의 이야기들도 그런 사연들을 담고 있습니다.
그 개인과 부모와의 관계에서 정서적 애착이 희박했거나 정서적 관계보다는 훈육이나 의무가 지배적인 관계였을 때, 이민 이후 새로운 도전들이 밀려들면 우울증, 조울증, 공황장애, 불안장애, 강박장애 등의 증상에 시달리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과거의 특정한 고통스러운 경험이 소화되지 않고 남아있다가 이민 초기에 강력한 심리적 증상으로 발현되는 경우 또한 많았습니다.
또 다른 문제는 이러한 개인의 정신적 어려움이 1.5세대나 2세대 자녀에게 미치는 영향에 있습니다. 부모로서의 개인이 이민자로서 정신적인 소외감과 우울, 불안에 시달리면서도 현실을 살아남기 위해 힘겹게 애쓰면서 살고 있다면, 사실상 그 개인은 심리적인, 정서적인 공간을 아이들과 공유하기 어렵게 됩니다.
부모의 의식적, 의도적 노력이 물론 중요한 의미를 가지지만 아이들은 부모의 마음을 숨쉬는 공기처럼 나누어 들이쉬고 있기에, 때로 부모가 이해할 수 없는 아이들의 방황과 심리적 문제가 가족 전체에 그림자를 드리우게 되기도 합니다. 아이들은 무의식 중에 부모의 정신적 정황을 그대로 반영하는 거울과도 같은 측면을 보이는 탓입니다.
인간으로서의 부모가 ‘완벽’한 경우는 상상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누구나 부모와의 관계, 일차적인 모성과의 관계나 모성적 환경에의 애착이나 적응성에 크고 작은 어려움을 가집니다.
그러나 우리가 이민 오기 이전의 일차적인 모성적 환경에서 서늘함과 공허함을 갖고 살았다면, 그리고 이민 이후의 삶에서 우울과 불안, 충동성 같은 심리적 어려움을 붙들고 살고 있다면, 우리 자신이 이러한 존재적 위기를 제대로 넘기기 위해서나 아이들이 부모가 겪는 혼란을 넘어 정신적으로 잘 정착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서도 부모 자신이 내면을 들여다 보아야 합니다.
떠남과 속함, 상실과 기회, 향수nostalgia와 기대 사이에서 우리는 이민자로서 균형을 잡고 정서적인 안식처emotional home를 창조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미 언급한 바처럼 우리 곁에 따뜻한 “사람”과의 관계가 필요합니다.
배우자, 동료, 친구, 부모, 친척, 자녀들과 그런 관계성을 나눌 수 있다면 물론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입니다. 그리고 한국인 이민자들의 커뮤니티가 이미 커져 있지만, 보다 진실되게 우리 자신의 어려움을 드러낼 수 있는, “함께 있음”을 경험하고 치유와 회복을 돕는 장이 더 많이 열리기를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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