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과건강 (우울증4)

우울증을 극복하려면 우울증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가지고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중요합니다. 먼저, 우울증은 많은 사람들이 경험하는 매우 흔한 심리적 문제라는
점을 인식해야 합니다.
우울증은 약 40% 이상의 사람들이 평생 한 번 이상 경험하게 되는 매우 흔한 정서적
문제입니다. (참고로 앞으로 인류가 겪게 될 3대 질병이 암, 심장질환, 우울증이라
합니다. )
우리 사회에서는 자신의 심리적 고민을 다른 사람에게 잘 털어놓거나 표현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특히 이곳 이민사회에서는 더욱 그렇습니다.
따라서 피상적으로 보게 되면 주변 사람들이 다 별 문제없이 잘 살아가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사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삶 속에서 여러 가지 좌절을 경험하게 되며
일시적으로나마 우울증을 경험하게 됩니다. 지난 번에 언급한 것처럼 우울한 사람들은
자신의 상태에 대해서 비관적인 생각을 갖는 경향이 있습니다.

물론 우울증에 다소의 유전적 요인이 관여할 수는 있지만 그 영향력은 미미하며
노력여하에 따라서 극복할 수 있습니다. 또 열악한 상황이 우울증을 유발할 수는
있겠지만, 상황자체보다는 그 상황에 어떤 의미를 부여하며, 해석하고 어떻게 대처하는
자세, 태도가 더 중요합니다. 한국에서의 임상사례를 인용하겠습니다. 젊은 대학생인
내담자는 자신의 외모와 능력에 대한 심한 열등감으로 인해 자살할 생각으로 수면제를
사 모으기도 했었습니다. 희망과 기대에 가득 차 시작했던 대학생활은 1년도 되지
않아서 좌절과 절망으로 변했습니다. 모임에 나가서도 인기가 없었고, 체격도 왜소하고,
남성적인 매력도 없고, 지적인 능력도 부족하며, 다른 사람으로부터 호감을 끌만한
아무런 능력이 없기 때문이라고 생각되었습니다. 이런 상태로 살아간다는 것이 너무
고통스럽고, 이렇게 사는니 차라리 죽는 게 낫다는 생각이 들었고 , 그래서 죽으려고
약국을 돌아다니며 수면제를 사 모으기도 했습니다. 그러던 중 우연히 ‘우울증’에 관한
팜플렛을 보게 되었습니다. 그 팜플렛 속에서 자신이 겪고 있는 심리적 문제가 놀라울
정도로 똑같이 기술 되어 있었습니다.

자신이 우울증 상태에 있다는 것과 상담심리치료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내 외모와 능력의 문제가 과연 상담치료를 통하여 변화될 수 있을까? 하는
회의가 들었습니다. 그러나 죽음을 생각할 만큼 절박했던 내담자는 자살하기 전에
마지막으로 상담치료를 받아보기로 했습니다. 내담자는 자신이 과거 상처받고 좌절했던
경험들을 하나씩 되돌아보게 되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자기 자신과 인생에 대해서 많은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내가 다른 사람으로부터 인정받고 사랑 받기를 얼마나 간구해왔는지, 다른 사람의
반응에 얼마나 예민하게 눈치보고 상처받아왔는지, 나의 존재 가치를 타인의 평가에
얼마나 의존해왔는지, 다른 사람에게 사랑 받기를 갈구해 왔을 뿐, 자신이 다른 사람을
사랑해 주는 일에 얼마나 미숙했었는지’를, 인간은 누구나 불완전하고 자신 역시 불
완전하며, 누구나 나름대로의 존재가치가 있듯이 자신 역시 자신 나름대로의
존재가치가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나의 존재가치는 반드시 타인의
평가에 의해서 결정되는 것은 아니며, 부족한 점이 많지만 있는 그대로의 자신의
모습을 한 인간의 모습으로 받아들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우울증은 결코 수치스러운
심리적 장애가 아닙니다.

‘아픈 만큼 성숙해진다’는 말이 있듯이, 우울증은 매우 고통스러운 체험이지만 인간을
성숙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습니다. 어쩌면 인간은 깊은 좌절과 실패의 경험 없이는
결코 성숙할 수 없는지도 모릅니다. 즉 우울증은 삶의 방식에 대해 무언가 문제가 있음을
알리는’심리적 신호’라고 보아야 합니다.

우울증은 하던 일에서 일시적으로 물러나 휴식을 취하고, 자기 반성을 하며 에너지를
재충전하는 일종의 적응 현상이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우울증을 통해 자신과 삶을
되돌아보고 자신의 문제를 개선시킬 수 있다면, 더욱 지혜롭고 성숙한 인간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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