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공산당 간부와의 대화
몇 년 전 중국 상하이를 방문했을 때의 일이다. 그 지역의 고위 당 간부 중에 한 명이 건강이 좋지 않다면서
필자를 만나고 싶다는 청을 해왔다. 만나러 간 곳은 6층짜리 건물이었는데 철문을 몇 개 열고 들어가도록 한
구조가 마치 안가 같은 느낌을 주었다. 복잡한 절차를 거쳐 들어간 방에서 만난 사람은 의외로 60대 정도로
보이는 초로의 할머니 같은 분이였다.
오늘 여기서 얘기하려는 것이 그분의 질병은 아니다.
다만, 중국이라는 나라가 이뤄낸 비약적인 발전 뒤에 지불하게 된 대가에 관해 나눈 대화를 간추려보고자 할 뿐이다.
중국이 덩샤오핑 이래로 엄청난 발전을 거듭하여 외환 보유고가 세계 제일을 자랑하게 된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경제가 발전하면 꼭 치러야 할 대가가 있다.
우선은 국민 건강 문제이고, 다른 하나는 환경오염으로 인해 야기되는 다양한 사회적 문제이이다.
내 의견을 듣고 난 그분 역시 100% 동감이라는 대답을 했다. 발전을 앞세우다보니 아직 거기까지는 신경을 쓰지 못하고
있는데 앞으로 다가올 문제가 눈앞에 훤히 보인다는 것이다.
산업 사회로 가다보면 공기오염, 수질오염, 토양오염, 중금속오염, 방사능오염 등으로 인해
겉은 멀쩡하지만 속은 큰 병이 들게 되는 악순환의 고리에 얽혀들게 되어 있다.
지난 반세기 동안 우리나라가 걸어온 길과지금 중국이 걸어가고 있는 길이 별반 다를 것이 없다.
배가 고프니까 이것저것 따지지 않고 우선 허기부터 달래놓고 보자는 것인데 허기를 달래는 것까지는
좋았는데 그 다음에 더 큰 문제가 발생하게 됨을 간과해온 까닭이다.
선진국으로 진입하기 위해 앞만 보면서 달리 다 보면 부수적으로 따라오는 환경 파괴라는 덫에
걸릴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필자가 공산당 간부에게 “앞으로 중국은 경제 발전에서 얻은 부보다 몇 배 더 많은 돈을 환경 회복과
국민 건강 회복을 위해 쏟아 붓게 될 것이다”고 선언하듯 얘기하니 그 역시 동의한다고 했다.
우리도 지난 50년간 “잘살아 보세” 라는 구호아래 경제 발전이라는 목표를 향해 줄곧 달려온 결과
공기, 수질, 토양, 중금 속, 핵 오염에서 자유롭지 못하게 되었다.
병원, 의사, 약은 엄청나게 늘어났고 평균 수명도 그 어느 때 보다 늘어났지만 병원마다 환자로,
그것도 쉽게 고쳐지는 질환들이 아닌 난치병 환자들로 넘쳐나고 있다.
당뇨를 중심으로 고혈압, 심장병, 중풍, 각종 암 등 현대 의학적으로는 쉽게 고칠 수 없는 병들 말이다.
이 모든 질병들은 자연으로부터 인간이 멀어진 결과로 생긴 것들이다.
환경 복원 사업비나 노령화시대에 들어가는 의료 관련 예산들을 합해보자. 꽤 많은 금액일 것이다.
문제는 앞으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이라는 것. 과연 경제발전으로 얻은 이익이 더 많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을 것인가?
중국도 마찬가지다. 수명은 늘어났지만 건강하지 못한 상태로 살아가는 사람들은 더욱 늘어날 것이다.
그것이 15억 인구를 가진 중국발 적신호임을 중국 관리들도 인정하지만 경제성장이라는
그늘에 가려진 그 경고등을 보고도 모른 척 하고 있다. 이런 현실을 보자니 그때 만났던 그 공산당 간부와의 만남이 떠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