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나고 싶은 사람들 3
1989년 봄, 두레마을의 활빈교회 김진홍 목사가 한창 일할 나이에 있는 목회자
들이 건강이 나빠지면서 목회현장에서 쓸쓸히 사라지는 것이 안타깝다면서 엔돌핀
신드롬을 일으킨 이상구 박사를 초청하여 “목회자를 위한 건강과 선교 세미나”를 개최한 적이 있다.
좋은 의미로 시작한 일이었지만 전개 과정은 그리 만만치 않았다. 이상규 박사가 안식교 교도라는 이유로
이단 시비에 휩싸인 것이다. 정작 참석했어야 할 목사들은 오지 않고 평신도들만의 잔치로 끝이 나고
말았지만 그 가운데에서도 기적은 일어났다고 생각한다.
그 세미나에 필자 역시 말석 강사로 참여했는데 그때 만난 환지들과 진지한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그때 만난 40대 중반의 백건현씨는 25년이라는 세월이 지난 지금에도 기억에 생생하다.
그이는 아직 젊은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당뇨 합병증으로 시력을 거의 상실하여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는 걷는데
어려움을 겪던 터였다. 그날도 장인이 길을 안내하여 모임에 참석했을 정도였으니 말이다.
처음에는 당뇨인줄도 모르고 시력이 안 좋으니까 안과만 열심히 다녔는데 안과 의사 역시 당뇨 환자인줄은 모르고
눈에만 초점을 맞춰 치료를 했다는 것이다. 종래에는 실명 직전까지 갔고 급기야는 현대의학으로는 손쓸 방법이 없다는
청천벽력 같은 선고를 받게 되었다고 한다. 어찌할 줄을 모르고 있다가 세미나 소식을 접한
장인의 권유로 오게 되었다는 것이 그의 말이었다.
그 사연을 접한 필자 역시 초짜 대체의 학자였는데 그래도 용기를 내어 당뇨성 망막염에 대해 대체의학적 관점에서 설명을
해주었다. 그리고 6개월만 노력하면 아직은 완전 실명상태가 아니니 회복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주었었다.
눈은 카메라 필름과 달리 망막에 분포된 가는 핏줄을 통해 좋은 피를 공급받아야 시력을 지킬 수 있다.
그러나 당뇨인들은 핏속에 당분(Glucose)이 많다 보니 피가 탁하고 걸쭉해서 피의 흐름이 나쁜 경우가 많다.
피의 흐름이 나쁘면 망막에 혈액 공급을 원활하게 해주지 못하기 때문에 종래에는 시력을 잃게 된다. 하지만 혈당
강하제를 중심으로 한 당뇨 치료제로는 탁하고 걸쭉해진 피를 어떻게 다스를 방법이 없다.
그래서 당뇨합병증으로 오는 망막염은 실명이 되더라도 어찌할 도리가 없는 것인데 백건현씨 그런 케이스였다.
백씨에게 우선, 깨끗하고 맑은 물을 따뜻하게 데워서 마시고 좋은 공기를 자주 쐬라고 얘기해주었다.
또한 내가 세계 최초로 개발한 생식을 먹으며 몸을 따뜻하게 유지하고 적당한 운동을 하면서 무리하지 말고
6개월만 노력하면 망막 혈관으로 피가 흐르게 될 것이고 그렇게 되면 잃었던 시력도 되돌아 올 것이라는 말을
해 주고는 헤어졌었다.
그로부터 6개월 후 사무실로 누가 찾아 왔기에 만나보니 6개월 전 만났던 그 사람이 아닌가! 그런데 더 놀라운 것은
불과 여섯 달 전에는 장인 손에 이끌려 남양만 두레마을까지 왔던 사람이 스스로 운전을 해서 나를 찾아왔다는 것이다.
아직도 당뇨성 망막염으로 고생하는 분들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눈에 생긴 병이라고, 당뇨로 오는 혈액순환장애로
보지 않고 무조건 안과만 찾는 분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 당뇨성 망막염은 의학이 고치는 병이 아니고
스스로 피를 맑게 함으로써 고칠 수 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당뇨로 오는 혈행 장애를 개선하지 않으면 고쳐지지 않는다.
백건현 씨와는 그러한 인연으로 오랫동안 교제를 나누었다. 학자들이 갖는 고집에 의존하지 않고 열린 마음을 가진 분이
생의 광명을 찾아가던 모습이 지금도 선하다. 그분을 다시 만나 옛 얘기를 나누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