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 단속 공포에 멈춰 서는 워싱턴 사과밭…내년 농사 ‘빨간불’

워싱턴주 중부 야키마 밸리의 사과 과수원이 침묵에 잠기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이민 단속 강화가 수확을 넘어 내년 농사 준비 단계까지 위협하면서, 지역 농업 전반에 비상이 걸렸다.
사과 수확이 끝난 뒤 곧바로 시작돼야 할 겨울 가지치기 작업이 곳곳에서 차질을 빚고 있다. 가지치기는 다음 해 수확량과 품질을 좌우하는 핵심 공정이다. 하지만 노동자들이 체포와 추방을 두려워해 과수원으로 나오지 못하면서, 농장 현장은 텅 비어가고 있다.
유니언갭 지역 인근 과수원에서 일해온 한 현장 감독은 “사람들이 사라지고 있다”며 “지금 가지치기를 못 하면 내년 사과 생산은 망가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번 수확철 동안 연방 요원들은 대규모 작업장 급습 대신, 노동자들이 집을 나서거나 출퇴근 중일 때 개별 체포를 이어갔다. 이로 인해 노동자들은 일터보다 길거리와 주유소, 마트 방문을 더 두려워하게 됐다.
야키마 밸리에서 일하는 사과 노동자 상당수는 서류 미비 이민자다. 이들은 워싱턴주 사과 산업을 떠받치는 핵심 인력이다. 워싱턴주는 미국 전체 사과 생산량의 약 70%를 차지하지만, 그 이면에는 언제 추방될지 모르는 불안 속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있다.
정치권의 무기력도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다. 농장 노동자에게 합법 체류와 취업 경로를 제공하는 ‘농장 노동력 현대화 법안’은 수차례 발의됐지만 의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워싱턴주 농업계는 “필요성은 모두가 인정하지만, 정치가 멈춰 있다”고 토로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농업에는 피해를 주지 않겠다고 여러 차례 밝혔지만, 실제로 농장 노동자를 보호하는 정책 변화는 나오지 않았다. 이민 단속을 총괄해온 그의 측근 스티븐 밀러는 불법체류자에 대한 예외 없는 추방 원칙을 고수해 왔고, 이 기조가 농업 현장에도 그대로 적용되고 있다.
그 여파로 사과 과수원에서는 단순한 수확 인력 부족을 넘어, 농사 전반에 대한 불안이 커지고 있다. 특히 겨울철 가지치기 작업에 참여해야 할 노동자들이 단속을 우려해 현장을 떠나면서, 내년 농사 준비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가지치기는 나무의 성장 방향을 잡고 열매 수와 품질을 결정하는 필수 과정이다. 이 작업이 늦어지거나 빠지면 나무 생육이 고르지 않게 되고, 그 영향은 곧바로 드러나지 않더라도 다음 해 수확량 감소와 품질 저하로 이어진다. 현장의 불안은 지금 진행 중이지만, 그 피해는 1년 뒤 사과 수확철에 본격적으로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 농가들의 공통된 우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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