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비 많은데 이번은 다르다”…워싱턴주 겨울 폭우 이유는

워싱턴주에 최근 며칠째 이어지고 있는 겨울 집중 호우는 단순한 계절성 강우를 넘어선 양상을 보이고 있다. 연속된 대기강(atmospheric river) 현상이 겹치며, 평년 겨울 수준을 훨씬 웃도는 폭우가 짧은 기간에 집중적으로 쏟아졌고, 그 결과 주요 하천 범람과 침수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주부터 워싱턴주 서부 전역에는 기록적인 겨울 폭우가 이어지며 스노호미시강 등 여러 하천 수위가 급격히 상승했다. 일부 관측 지점에서는 1990년대 이후 최고 수준의 홍수 수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번 폭우의 가장 큰 특징은 강한 대기강이 짧은 간격으로 연속 유입됐다는 점이다. 12월 9일 전후로 워싱턴 서부를 강타한 1차 대기강이 수일간 머무르며 하천과 토양을 이미 포화 상태로 만든 데 이어, 중순 들어 2·3차 대기강이 다시 예보·상륙했다. 첫 번째 피해가 채 복구되기도 전에 추가 폭우가 겹치면서, 피해 규모는 빠르게 확대됐다.

대기강은 적도 부근에서 다량의 수증기를 머금은 좁고 긴 구름 띠가 북쪽으로 이동해, 태평양 북서부 해안에 집중적인 강수를 유발하는 현상이다. 제트기류의 흐름과 해수면 온도 조건이 맞아떨어질 경우, 이 대기강이 연속적으로 밀려와 며칠씩 강한 비를 퍼붓게 된다.

기후 전문가들은 이번 겨울이 약한 라니냐(La Niña)에 가까운 패턴을 보이며, 태평양 북서부에 평년보다 더 습한 조건이 형성될 가능성을 이미 예측해 왔다고 설명한다. 여기에 장기적인 기후 변화로 대기와 해수가 따뜻해지면서, 대기가 머금을 수 있는 수증기량 자체가 늘어난 점도 영향을 미쳤다. 같은 대기강이라도 과거보다 한 번에 더 많은 비를 쏟아낼 수 있는 ‘연료’를 갖게 됐다는 분석이다.

워싱턴주는 원래 겨울 강수량이 많은 지역이지만, 과거에는 수 주에 걸쳐 분산되던 비가 최근에는 며칠 사이에 집중되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다. 이번 사태 역시 여름·초가을 가뭄 이후 지형과 토양 상태가 달라진 상황에서, 평년을 웃도는 강도의 대기강이 연속 통과하고, 이미 불어난 강과 포화된 토양 위로 추가 폭우가 겹치며 ‘홍수성 겨울 폭우’로 번졌다는 점에서 과거와 차이를 보인다.

전문가들은 이번 겨울 폭우와 홍수 피해를 태평양 북서부가 기후 변화의 ‘새로운 정상(New Normal)’에 접어들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 중 하나로 보고 있다. 단일 사건만으로 기후 변화를 단정할 수는 없지만, 최근 수년간 워싱턴주에서 여름 가뭄과 산불, 겨울철 집중 호우와 홍수가 번갈아 강화되는 패턴이 반복되고 있다는 점은 각종 관측과 통계에서도 확인되고 있다.

향후 수년간 북서부 지역은 ‘더 따뜻한 겨울’과 ‘더 강한 호우’가 동시에 나타나는 양상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에 따라 주정부와 각 카운티 차원의 하천 관리, 도시 배수 시스템 보강, 저지대 개발 규제 강화 등이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Copyright@WOWSEATTL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