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이 사라진 봄…워싱턴 주 과일 농가, 최악의 위기

미 전역의 꿀벌 군체 약 60%가 최근 1년간 사라지면서 워싱턴주 사과·베리 농가가 직격탄을 맞고 있다. 전문가들은 “1990년대 이후 최악의 집단 붕괴”라며 농업 전반에 심각한 파급효과를 경고하고 있다.
비영리단체 ‘Project Apis m.’의 조사에 따르면 2024년 6월부터 2025년 3월 사이, 전국적으로 약 170만 개의 벌통이 붕괴됐다. 이는 꿀벌 약 800억 마리가 사라졌다는 의미로, 화분매개 서비스·꿀 생산·벌통 재구축 등에 따른 피해액은 6억 달러 이상으로 추산된다.
워싱턴주는 매년 봄 수백 대의 트럭을 통해 꿀벌을 들여와 사과, 체리, 배, 베리류 등 작물의 수분 작업을 진행한다. 꿀벌이 없으면 이들 작물의 생산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꿀벌의 화분매개는 미국 농산물 생산에 연간 최소 180억 달러의 가치를 더하고 있다.
지난 5월 말에는 왓컴 카운티에서 블루베리 수분을 마치고 사우스다코타로 이동하던 상업용 꿀벌 수백만 마리가 실종되는 사건이 국제적 뉴스가 되기도 했다.
워싱턴주립대학교(WSU) 프리야다르시니 바수 부교수는 “상업 군체의 붕괴 비율이 62%에 달했다. 이 정도 피해는 충격적”이라며 “상업 양봉업 지속 여부 자체가 위태롭다”고 강조했다.
붕괴 원인으로는 꿀벌 기생충 ‘바로아 진드기’의 살충제 내성, 진드기를 매개로 확산된 ‘급성 꿀벌 마비 바이러스’ 등 3종 바이러스가 지목됐다. 여기에 농약, 영양 부족 등 복합적 스트레스 요인이 결합된 것으로 보인다.
미 농무부에 따르면 미국 식탁의 3분의 1은 꿀벌 덕분에 존재한다. 특히 워싱턴주는 사과, 체리, 배 등 10대 농산물 대부분이 꿀벌 수분에 100% 의존하고 있어 이번 사태가 식량 생산과 물가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