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인 서정자 64주년 기념행사 성황… “건강히 허락하는 날까지 방송은 놓지 않을 것”

해외 한국어 방송계 역사 산증인 서정자, ‘찬란했던 인생사’

9월 30일(토) 어번 퍼포밍 아트센터에서 방송 인생 64주년을 기념해 <방송 인생 나의 이야기>가 진행됐다.

세계 최초,1965년에 한인 방송을 시작한 작은 거인 서정자 방송인이 올해로 방송 인생 64주년을 맞았다. 현재는 라디오한국에서 아침 10시부터 12시까지,<차한잔의 대화>로 청취자를 만나고 있다. 이런 그녀의 64년 방송 인생은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다.

방송인 서정자의 공연 소식에 한국에서 가수 유현상, 옥희, 김지민, 리화, 김부여가 한걸음에 시애틀로 달려왔다. 가수 이솝과 색소폰 연주자 윤한길도 축하 무대에 함께 올랐다. 약 1천 석의 규모의 극장에는 관객들로 가득 찼으며, 공연은 3시간 가량 쉬는 시간 없이 진행됐다.

반세기 정치 경력을 가진 피트본 라잇바우어 킹카운티의원 (King County Council Member Pete von Reichbaue) 짐페럴 페더럴웨이 시장(Jim Ferrell Federal Way Mayor), 론 앤디스 어번 시장(Mayor Ron Anders)의 시작으로 행사의 막이 올랐다.

피트본 라잇바우 킹카운티 의원은 축사에서 “64년의 방송활동과 30년 가까이 되는 라디오한국 개국을 축하한다”며 “서정자 사장의 방송활동은 단순히 한국 커뮤니티만을 위한 것이 아닌 주류사회에도 큰 공헌을 했다”며 극찬했다.

짐페럴 페더럴웨이 시장은 축사에서 “주류 언론에서 라디오한국은 가장 많은 애청자를 보유한 방송국으로 소개됐는데 당연할 만하다”며 “LA에서 방송을 시작한 그녀가 지금은 페더럴웨이에서 유일한 방송국을 운영하는 것에 매우 감사를 표한다”고 전했다.

론앤디스 어번 시장은 “개국 26주년과 방송 인생 64주년을 진심으로 축하한다”며 “특별히 1965년 최초로 한국어 방송을 미국 LA에서 시작한 역사적인 인물로 미주 한인 라디오 역사에 큰 획을 그은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이 밖에도 한국예총 회장 이범헌 회장, 우리방송의 김흥수대표, 20주년 기념<빅쇼>에 함께한 가수 문희옥과 시인 김정태 (차 한 잔의 대화 – 시와 음악의 산책 코너 진행자), 가수 겸 작곡가 이용복 씨가 축사를 보내왔다.

초대 라디오한국 아나운서 한형민의 사회로 진행된 <방송 인생 나의 이야기>는 추억과 감동, 웃음과 재미로 넘쳐났다.

한형민 아나운서는 장수프로그램 <차 한 잔의 대화, 진행: 한혜진(서정자)>가 개국초기 얼마나 인기가 많았는지 그 일화를 소개했다. 그는 “낭랑한 한혜진 씨의 목소리에 반해 불쑥 꽃을 들고 찾아온 청취자도 있었다”며 “당시 사장님의 연세는 56세였다”고 회상했다.

워싱턴주가 낳은 골프 신동 제프 성(세계 3위)은 서정자 사장의 손자이기도 하다. 그는 64년 방송 인생을 기념하기 위한 쇼에 두 손으로 들기도 벅찬 꽃다발을 들고 무대 위로 깜짝 등장했다. 서정자 방송인은 손자의 등장에 눈시울을 붉히며, 성군을 크게 끌어안아 줬다.

서정자 방송인은 무대 위에서 <차 한 잔의 대화>를 진행하는 퍼포먼스를 보이기도 했다. 아무런 대본도 리허설도 없이 즉석에서 진행한 서정자 사장의 순발력에 관객들은 모두 박수와 환호를 보냈다.

서정자 방송인은 “방송 인생 64년, 라디오한국 개국 26년의 역사를 이 자리에서 다 말할 수 없다”며 “사회자인 한형민 아나운서, 최근 은퇴한 홍성우 전무가 좋은 파트너가 되어줬기에 가능했다”고 감사의 말을 전했다.

또한 “방송은 아무리 발버둥을 쳐도 주변에서 손을 잡아주지 않으면 불가능했다”며 “공연을 보러와 주신 모든 분이 저의 손을 잡아준 것이나 마찬가지”다고 거듭 강조하기도 했다.

방송 64주년 기념 쇼, <방송 인생 나의 이야기>에 축하공연의 선두는 가수 이솝이 맡았다. 노래 <사랑하면서>를 열창한 이솝은 “14년 전 서정자 사장님께서 꺼져가던 저의 가수 생활의 불을 다시 지펴주셨다”며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이어 김부여, 리화, 김지민의 공연이 펼쳐졌다. 처음으로 시애틀에 방문한 리화는 파워풀한 가창력과 외모로 대중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가수 김지민은 “저와 라디오한국과의 인연은 2010년 <오쑈>에서부터 시작됐다”며 “개국을 축하드린다”며 이솝과 샤방샤방을 듀엣으로 열창했다.

가수 옥희는 재미난 입담으로 공연을 이끌어 갔다. 스팽글로 화려하게 장식된 무대 의상을 소개하기도 하고, 남편 홍수환씨에 대해 언급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시애틀 라디오한국을 통해 인사드리게 된 점을 감사한다”며 서정자 사장님의 방송 인생 64주년을 축하해 줬다.

가수 유현상이 마지막으로 등장하며 여성 팬들의 박수와 환호를 듬뿍 받았다. 그는 <여자야>, <청춘 응원가>, <서울이여 안녕>, <애타는 마음> 등 5곡을 열창했다.

유현상은 “힘들게 한인 방송을 이끌어 오신 방송 서정자 사장님을 존경한다”며 “서울에서부터 방송 관계자들에게 64년간 방송을 한 사람이 누가 있냐고 물었다”고 말했다. 그는 서정자 방송인의 험난한 방송세월이 생각났는지 연신 눈시울을 붉히며 “라디오 한국방송국을 더욱 애청해달라”고 요청했다.

모든 출연자가 등장한 피날레 무대에서는 <고향역>을 열창했다. 특별히 서정자 사장도 가수들과 함께 등장해 애청자들의 박수와 환호를 받았다.

공연에 참석한 관객들은 쉬는 시간 없이 3시간 동안 진행되는 축하쇼였지만 시간이 너무 빨리 지나갔다는 후일담을 전했다.

공연을 관람을 위해서 각지의 한인들이 참석했다. 오레곤에서는 한인회 임원들이 도착했으며, 타코마, 페더럴웨이, 시애틀, 린우드, 벨뷰, 레드먼드 등지에서 대거 한인들이 모였다. 공연을 본 참석자들은 “무대 연출과 음향, 조명 등 최근 본 공연중에 최고였다”는 찬사를 보냈다. 행사를 마친 뒤에도 라디오한국 사옥에는 축하 전화가 빗발치고 화환 등이 도착하고 있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