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이 흰빛으로 덮이는 계절, 스캐짓 밸리의 겨울 철새 여행

1월의 워싱턴주는 회색빛 하늘과 잦은 비로 ‘움츠러드는 계절’처럼 느껴지지만, 시애틀에서 북쪽으로 약 1시간 거리에 있는 스캐짓 밸리(Skagit Valley)는 오히려 이때 가장 생동하는 풍경을 맞는다. 광활한 농경지 위로 새벽 물안개가 피어오르고, 하늘에는 수만 마리의 눈기러기와 백조, 독수리 떼가 날아오른다. 겨울은 이곳이 가장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돌아오는 시간이다.
이 겨울 풍경의 중심에 있는 곳이 바로 피어 아일랜드(Fir Island)다. 피어 아일랜드는 워싱턴주 마운트 버논(Mount Vernon) 서쪽, 스캐짓 강 하구에 형성된 농경지 지대로, 지도에서는 “Fir Island Road, Mount Vernon, WA”를 입력하면 된다. 이 일대는 ‘스캐짓 플랫(Skagit Flats)’이라 불리는 광대한 저지대 평야의 핵심 구역으로, 매년 겨울이면 북쪽에서 날아온 철새들이 가장 밀집하는 곳이다.
피어 아일랜드로 들어서면 풍경은 곧바로 달라진다. 주택가를 벗어나자마자 끝없이 이어지는 들판, 배수로, 제방길이 펼쳐지고, 겨울에는 그 들판 대부분이 철새들의 휴식처가 된다. 특히 Fir Island Road와 Best Road, Conway Road 일대는 차로 천천히 이동하며 관찰하기 좋은 대표 구간이다. 길가 전봇대 위에는 대머리독수리가 앉아 있고, 수백 수천 마리의 눈기러기와 백조들이 밭 위에 내려앉아 먹이를 찾는다.
이곳의 진짜 장관은 새들이 날아오르는 순간이다. 평온하던 들판이 새가 날아오르는 소리와 함께 들썩이며, 흰 날개들이 동시에 하늘로 떠오른다. 겨울 구름 아래 펼쳐지는 거대한 군무는, 관광지에서 보기 힘든 스캐짓 밸리만의 풍경이다. 특히 비가 내린 다음 날 아침이면 들판 위로 옅은 물안개가 피어올라, 새들과 농경지, 헛간이 겹쳐진 몽환적인 장면을 만들어낸다.
피어 아일랜드는 전문 장비가 없어도 즐길 수 있는 ‘겨울 자연 여행지’다. 대부분의 관찰 포인트가 도로 주변에 형성돼 있어, 차 안에서 충분히 새들을 볼 수 있고, 곳곳에 마련된 공터나 제방길에서는 짧은 산책도 가능하다. 스캐짓 와일드라이프 에어리어(Skagit Wildlife Area)와 인접해 있어, 조금 더 가까이에서 철새와 습지를 보고 싶은 이들에게도 적합하다.
현지에서는 일출 직후부터 오전 중반까지를 가장 좋은 시간대로 꼽는다. 이른 아침, 안개가 걷히는 과정에서 들판의 색이 바뀌고, 새들이 첫 대규모 비행을 시작하기 때문이다. 흐린 날에도 새들의 활동은 활발해, 겨울 특유의 회색빛 하늘이 오히려 분위기를 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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