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한다면 사소한 것에 연연하라.

만난지 100일, 1년, 생일.. 때 맞춰 기념일 잘 챙겨주고, 이벤트 잘하는 남성이 있었다. 여자들은 좋아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그는 만나는 여자들을 이렇게 챙기면서 거의 10년째 연애만 하고 있다. 그의 정성과 테크닉만 보면 열두번도 결혼하고 남을 정도인데, 그는 여전히 싱글이다. 왜?

그는 머리로만 연애를 하기 때문이다. 그의 머리 속에는 다양한 정보들로 가득하다. 여자들이 좋아하는 선물, 감동 100% 확실한 이벤트 장소..자신이 여자한테 해주고 싶은 것들만 생각한다.

그래서 그가 만나는 여자들은 처음에는 그의 행동에 감동하지만, 감정의 소통이 잘 이뤄지지 않아 답답해하고, 결국 그 공허함에 그를 떠나는 것이다.

5년을 연애한 커플이 있다. 남성은 무뚝뚝하고, 센스도 없고, 멋도 잘 못낸다. 여성들이 좋아하는 로맨틱 가이와는 거리가 멀다. 애인에게 근사한 선물 하나 해준 적이 없다. 해마다 생일에 하는 꽃다발이나 사탕 바구니 정도다. 그래도 애인은 매번 감동한다.

나는 그녀의 마음이 궁금했다. “저를 사랑하는 그 사람 마음을 아니까요. 제가 어떨 때 힘들어 하는지, 언제 행복해하는지 그는 알아요..”

우리는 ‘사소한 것에 연연해하지 말라’는 말을 자주 한다. 하지만 적어도 남녀관계에서는 사소한 것은 그냥 사소한 것이 아니다. 연애할 때는 남들 해본 거 다 해보고 싶고, 남들 안한 것도 해보고 싶다. 거창한 이벤트도 좋고, 화려한 선물도 좋다. 하지만 사랑하는 순간순간을 매번 기념할 수는 없다. 매일 매일이 기념일일 수도 없다. 이벤트가 끝나면 다시 일상으로 돌아온다. 특별한 순간이 화려하고 강렬할수록 사람들은 그 여운이 오래 남기를 바란다. 하지만 현실이 어디 그런가.
생일, 만남, 크리스마스, 또 개인적으로 의미있는 날들, 그런 날들을 특별하게 보내는 것도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오래 만나고 관계가 깊어질수록 그들은 삶의 작은 부분, 짧은 순간들도 공유하게 된다. 사소한 말과 행동, 평범한 시간으로 일상을 잘 보내는 것도 중요한 것이다.

작은 냇물이 모여 강이 되고, 바다가 되듯 이벤트를 통해 얻는 감동보다는 이런 사소한 순간의 감동들이 지속적으로 이어지면 사랑하고, 또 사랑받고 있다는 충만한 느낌을 갖게 된다. 거창한 것은 기억하기 쉽고, 표 나게 해줄 수 있다. 하지만 사소한 것까지 기억하기는 쉽지 않다. 그건 그 사람에게 온 신경을 다 써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소한 것까지 기억한다는 것은 그 사람이 전부라는 것이다.

이 순간 한번 생각해보라. 난 사랑하는 사람의 어떤 부분을 기억하고 있나를.
그 사람이 환 한 웃음을 지었던 순간이 있었다면 무엇이 그를 웃게 했는지를 기억하는가?
그 사람이 힘 들어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기억하는가?
혹은 그 사람이 작은 목소리로 쑥스럽게 얘기했던 말이 무엇인지를 기억하는가?

| 이웅진 결혼정보회사 선우 대표 ceo@couple.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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