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의 성공이 자녀 결혼에 걸림돌이 된다? “절대 자만은 금물”

내가 알기로는 한국 부모만큼 자녀 결혼에 관심을 쏟는 부모도 아마 없을 것이다. 한국에서, 혹은 한국계에게 결혼은 그 가정의 중대사다. 부모에게 자녀의 결혼은 인생의 마지막이면서 가장 큰 숙제다.

그렇다 보니 부모의 성공, 사회적 지위는 자녀 결혼에 큰 영향을 미친다. ‘누구누구의 아들, 혹은 딸’이라는 타이틀은 결혼에 프리미엄이 된다. 요즘처럼 자녀가 한둘 밖에 안되는 시대에는 부모가 평생 일군 부와 명예가 자녀에게 이어지기 때문에 부모의 성공은 자녀의 미래, 나아가 결혼생활에 직접적으로 반영된다.

그런데 여기서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성공한 부모를 둔 것도 자녀에게는 일종의 실력이지만, 절대 자만해서는 안된다. 좋은 기회들이 자신이 잘나서가 아니라 성공한 부모 덕분이라는 것을 상기해야 한다는 것이다.

자만으로 이어지는 안 좋은 결과가 빚어질 수 있다. 남녀 만남은 적절할 때에 적절한 상대를 만나야 하는데, 만남이 계속 이어지다 보면 만남 중독으로 가게 된다. 만남 기회가 많으니 아쉬울 게 없고, 그런 자만과 자신감은 일종의 권력처럼 느껴진다.

성공한 미국 교포가 있었다. 한국에서 자동차정비 기술을 익힌 그는 젊은 날 미국 이민을 가서 공장을 차려 30년간 기름때 묻는 손으로 큰 부를 쌓았다. 수백만달러 대저택에 살게 됐고, 건물을 여러 채 사들여 임대수입만도 엄청났다.

그러나 자녀 교육은 성적이 그리 좋지 않았다. 부모가 너무 바빠 아이들을 잘 돌보지 못했고, 그런 미안함 때문에 원하는 거 다 들어주며 키웠다. 그 결과, 30대 중반의 아들은 직장을 구하지 않고, 부모 건물들을 관리하고 있다.

배우자 만남에서 부모의 경제력도 좋은 조건이 된다.‘재벌 2세’쯤으로 받아들여지기도 하고. 부모 재산을 다 물려받을 것이라는 기대치도 있다. 그래서 만남 기회가 많았다. 그러면서 아들은 자만에 빠졌다.

미국에서 마음에 드는 한국계 이성을 만나기가 쉽지 않은데, 성공한 부모를 둔 것 말고는 평범했던 아들은 좋은 만남의 기회를 다 날렸다. 여성의 외모, 직업, 나이를 따지고, 매너도 좋지 않았다.

그러다가 30대 초반의 의사를 소개받았다. 아들은 자신의 이상형에 가까웠던 그 여성을 만나고 싶어했으나 여성 쪽에서 거절했다. “남성의 비전이 없다”는 이유였다. 그렇다. 아들은 부모님 재산 말고는 내세울 게 없고, 이것저것 따질 처지가 아닌 것이다.

자기 좋다는 여성들을 다 놓쳤다는 현타가 왔다. 아들은 이제부터라도 만남에 겸손하고 신중하겠다고 말했다. 늦은 감은 있지만, 본인 결심이 그렇다면 노력해 볼만하다.

‘인생 총량의 법칙’이란 건 남녀 만남에도 적용된다. 인생 전체를 놓고 보면 만날 수 있는 이성의 수는 정해져 있다. 이 때 많이 만나면 다음에는 만남 기회가 적어지는 것이고, 반대로 인연이 없는 것 같아도 기다리고, 노력하다 보면 기회가 생긴다.

호시절이 계속될 줄 알고 소중한 만남의 기회를 축내다 보면 결혼 시기가 늦어지고, 결국 마음에 드는 상대를 만나지 못할 확률이 높다. 결국 예전에 만났던 많은 이성을 놓친 것을 깨닫고 후회하는 순간이 온다.

나이가 들수록 본인의 이성상과는 거리가 먼 상대를 만나게 되고, 내가 그렇듯 상대방도 세상 물정을 많이 알기 때문에 만남이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게 된다. 남녀 만남은 내가 좋다고 해서 되는 게 아니니 말이다.

부모의 성공은 자녀 인생에 힘이 되어준다. 만날 수 있는 이성의 범위가 넓어지고, 기회가 많아진다. 그러나 이것을 자신의 성취로 착각한다면 좋은 배우자를 만날 수 있는 특권이 독이 될 수도 있다. 자만하지 말고 현실적으로 선택하고 최선을 다하는 노력이 중요하다.

그 아들은 이전에 자신이 거절했던 여성과 다시 연락이 돼서 만남이 진행 중이다.

| 이웅진 결혼정보회사 선우 대표 ceo@couple.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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