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 60대 싱글 만남은 느긋하게, 인간적으로

내가 있는 평창동 사무실에는 싱글 남녀들의 방문이 많은데, 최근 눈에 띄는 현상 중 하나는 50대 이상의 장년 남녀들이 많이 온다는 것이다. 많은 경우 배우자를 만나기 위해서지만, 더러 이성 친구를 소개해달라는 요청도 있다.

환갑잔치를 하던 시절에는 5, 60대가 이성을 만나기에 늦은 나이일 수 있었지만, 지금은 세상이 달라졌고, 사람들 생각이 변했다. 수명이 길어지면서 예전에는 장년으로 불리던 5, 60대가 ‘신(新)중년’으로 불린 지 이미 오래다.

5, 60대 싱글 중에는 여생을 혼자가 아닌 배우자나 이성친구와 함께 보내고 싶어하는 사람들도 많다. 그렇게 생각하는 게 당연하다. 사회적 체면보다는 개인의 행복에 더 큰 가치를 두는 시대다. 욜로(YOLO·You Only Live Once, 현재의 행복을 중시하면서 오늘의 삶에 충실하게 사는 것)의 마인드는 미래가 창창한 젊은 세대보다는 중장년층에게 더 많다.

더구나 100세 시대에 5050 싱글들은 길면 4, 50년을 혼자 살아야 하는데, 그 시간이 너무 길고, 너무 아깝다.

이성을 통해 슬퍼하고 상처입는 그런 과정이 있을지라도 그런 희로애락이 살아있다는 증거다. 이성을 만나고 싶은 마음이 들고, 만나려고 시도하는 것만으로도 삶의 활력이 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5, 60대 싱글들이 자연스럽게 이성을 만날 수 있는 곳은 거의 없다. 어디를 가더라도 젊은 세대가 선점하거나 독차지하고 있다. 요즘 늘고 있는 데이팅앱 등의 싱글 만남은 젊은 세대에 맞춰져 있다.

중년 싱글 모임들도 이뤄지고 있는데, 그런 모임에서는 어떻게든 자신을 돋보이게 해서 이성의 호감을 얻는 것이 목적이기 때문에 다소 과하거나 무리한 언행이 나오거나 경쟁적인 분위기가 형성돼 있다고 들었다.

싱글 모임에 몇 번 참석했던 한 남성이 한 커뮤니티에 “여자한테 잘 보이려다가 거덜나겠다..”는 소감을 올린 것을 봤다. 본인 생각에 여성들이 경제력을 따지니까 돈 좀 있는 척 허세를 부리다가 금방 밑천이 드러나더라는 것이다.

여성들도 할 말이 많다. 노래모임에 취미 삼아 다니던 한 60대 여성은 집에 가려고 버스를 탔는데, 수업을 같이 듣는 한 남성이 뒤따라 타서 옆 좌석에 바싹 붙어 앉더라는 것이다. 그러더니 “근교에 차 한잔 하러 갑시다”라고 하길래 너무 불쾌해서 다음 정류장에서 내려버렸다고 한다.

자신은 이혼하고 혼자 살지만, 그 남성은 가정이 있는 걸로 안다면서 “이혼녀라고 만만하게 본 것이 아니면 뭐겠나? 결국 그 수업에 안나간다”고 했다.

외롭거나 대화상대가 필요해서 싱글 모임에 가도 생각만큼 좋은 만남이 이뤄지지는 않고, 건전한 만남을 원하더라도 불건전한 목적으로 모임에 참석하는 사람들도 있어 얼굴을 붉히는 경우도 있는 것이다.

결혼정보회사를 30년 하다 보니 초창기에 2, 30대 싱글로 만났던 분들을 다시 만나고 있다. 2가지 이유다. 하나는 자녀 혼사를 의뢰하기 위해서고, 또 하나는 본인이 결혼하기 위해서다.

5, 60대 남녀는 사실 결혼정보회사의 일반적인 만남방식에는 맞지 않는다. 결혼정보회사에서는 1년 동안 몇 명의 이성을 소개하는데, 그것은 젊은 초혼 남녀들에게 결혼상대를 주선할 때에 적용되는 방식이다.

5, 60대는 만남의 목적이 결혼일 수도 있지만, 데이트 상대, 혹은 하루 만남 등 다양할 수 있기 때문에 규격화된 방식으로 만남을 주선하는 데는 무리가 있다.

중요한 것은 결혼상대를 만나건, 편안한 이성친구건 어떤 만남이건 간에 신뢰를 바탕으로 친목 도모를 하는 것처럼 자연스럽고 편안하게 만나 천천히 서로를 알아가는 것이 좋다.

5, 60대 싱글들은 결혼 경험이 있는 경우도 많고, 오랜 사회활동을 통해 인간관계에 대해 터득한 사람들이다. 그런 만큼 좋은 인생 친구 만난다는 마음으로 충분한 기간을 두고 좋은 인연을 기다리는 것이 최선이다.

| 이웅진 결혼정보회사 선우 대표 ceo@couple.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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