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사랑하라, 그러나 사랑에 속박되지는 말라

그대들은 함께 있으리라…그러나 그대들의 공존에는 거리를 두라…/서로 사랑하라. 그러나 사랑에 속박되지는 말라…./함께 노래하고 춤추며 즐거워하되, 그대들 각자는 고독하게 하라. 현악기의 줄들이 하나의 음악을 울릴지라도 서로 떨어져 홀로 있듯이/서로 가슴을 주라, 그러나 간직하지는 말라…/함께 서 있으라, 그러나 너무 가까이 서 있지는 말라./사원의 기둥들도 서로 떨어져 서 있는 것을, 참나무, 사이프러스 나무도 서로의 그늘 속에선 자랄 수 없다.”

레바논을 대표하는 작가 칼릴 지브란의 <예언자> 중 ‘결혼에 대하여’의 일부 구절이다. 결혼식 주례사에서 자주 인용하거나 결혼 커플들에게 종종 들려주곤 한다.

이 시에서 작가는 영원히 함께 하고 사랑하되, 서로 속박하지 말라고 한다. 또 너무 가까이 있지 말라고 한다.

세상에 이혼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결혼하는 커플은 없다. 많이 사랑하고, 같이 있고 싶어서 결혼한다. 그랬던 두 사람이 왜 반목하고 헤어지는가.

이혼의 주된 원인은 내 기준에서 보기 때문이다. 연애 시절에는 같이 사는 게 아니니까 문제가 있어도 크게 와닿지 않는다. 하지만 두 사람이 같이 살면서 서로 다르다는 것이 일상화되면 체감도가 커진다. 그러면서 갈등이 시작된다.

하지만 왜 부부는 같아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서로 다른 것이 더 자연스럽지 않은가? 배우자가 자신과는 매우 다른 식성을 가졌다고 해보자. 그것은 그냥 서로 다른 것일 뿐, “희한하다”, “특이하다”는 말은 내 기준에서 상대를 평가하기 때문이다.

남녀관계에서 서로 공통점이 많은 것에 큰 의미를 두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남녀에게 정말 중요한 것은 서로 다른 부분을 어떻게 이해하고 받아들이냐는 것이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상대도 함께 느끼게 해주고 싶어 권하고 심지어 강요하는 마음을 사랑이라고 할 수 있을까. 반대로 싫어하는 것을 상대를 위해 억지로 하는 것은 사랑인가. 내가 원하는 것을 하고 행복한 것이 상대에게도 좋은 것이 아닐까.

애초부터 별개인 두 사람이 만났다. 그런 사실을 잊고 서로 맞추려고 하고, 맞아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안맞는 부분에 대해 신경을 쓴다. 안 맞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면 1가지라도 맞으면 좋은 것이다.

부부는 두 사람이 하나가 되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별개인 두 사람이 우리가 되는 것이다. 부부가 서로에게 그늘이 되어서는 안된다. 서로의 그늘 속에서는 자랄 수 없는 사이프러스 나무처럼.

| 이웅진 결혼정보회사 선우 대표 cs@sun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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