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의 결혼이 마지막 소원인 어머니, 아들은 조금 늦췄을 뿐이지만 어머니는 이제 이 세상에 없다

주말 내내 우울했다. 가슴이 짠하기도 했다. 미국 동부의 한 매니저가 전해온 소식 때문이었다.

결혼이 늦은 외아들 짝을 찾아주려고 무던히도 애를 쓴 한 어머니가 계셨다. 미국 이민을 와서 부부가 고생을 많이 했고, 그 결과로 상당한 부를 일구고 아들에게 정성을 쏟았다.

아들 결혼해서 행복하게 사는 모습을 보며 편안하고 안락한 노후를 보낼 일만 남았는데, 남편이 세상을 떠났다. 어머니와 아들 둘만 남았고, 그렇게 또 시간이 흘렀다. 어머니는 연로해졌고, 문득 남편 곁으로 갈 날이 가까워졌다는 걸 직감했는지 아들의 결혼을 서두르기 시작했다.

부모는 병들고 약해졌을 때 본인 생각을 하는 게 아니라 자식을 먼저 챙긴다. 특히 자식이 결혼을 안하고 혼자라면 더 마음이 쓰일 수밖에 없다. 이 어머니도 그런 마음이었을 것이고, 결혼정보회사에서 소개를 받자고 아들과 의논을 했다고 한다.

가입을 하기 직전에 아들은 “조금만 더 생각해보자”고 해서 가입을 보류했고, 그렇게 또 시간이 흘렀다. 몇 개월이 지나도 소식이 없어 매니저가 어머니에게 안부전화를 했더니 아들이 그 전화를 받았다.

아들은 어머니가 얼마 전 세상을 떠나셨다는 소식을 전하면서 어머니 뜻을 따르지 못한 것을 후회한다면서 울먹였다고 한다. 아들은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으니 아마 결혼을 서두르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또 어머니가 그렇게 갑자기 돌아가실 줄도 몰랐을 것이다.

만약 아들이 결혼을 생각해보겠다, 여성을 만나보겠다는 말만 했어도 어머니는 희망을 가졌을 것이고, 그것이 삶의 의지가 됐을 것이다. 어머니의 마지막 소원을 들어드리지 못했다는 게 아들에게는 회한으로 남을 것 같아 마음이 아프다.

한치 앞을 모르는 게 인생이다. 더구나 연로한 부모님의 내일이 어떨지 장담할 수 없다. 부모는 자식이 효도할 때를 기다리지 않는다. ‘나중에’, ‘이 일 끝내고’, ‘돈 좀 더 벌어서’, 이렇게 말하며 자식은 뭔가를 미루곤 하는데, 문제는 그 때가 됐을 때 부모님이 계시느냐다.

결혼이 좋고, 비혼이 좋지 않다는 양분적인 주장이 아니다. 사람에 따라 결혼을 하면 좋은 이유도 있지만, 하지 않는 게 좋은 이유도 있다. 그렇지만 오늘은 잠깐이라도 부모가 자식 결혼하기를 바라는 그 마음을 생각해보면 좋겠다

| 이웅진 결혼정보회사 선우 대표 cs@sun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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