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려는 사람, 돌아오는 사람

시애틀에 머물고 있다. 이제껏 5無, 담배, 골프, 잡기, 운전, 사치, 이렇게 5가지와는 담을 쌓고 살았다. 술은 과하지 않게 마신다. 술마저 안 마시는 6無가 아닌 것을 다행으로 생각한다. 술 한잔에 많은 이야기가 이어지고 있다.

며칠 전에는 나와 비슷한 연배의 남성 회원과 만나 술 한잔 했다. 50대 중반의 이 남성은 한국에서는 평범했지만, 미국에 와서 아메리칸 드림을 이뤘다. 사업에 성공했고, 잘 살고 있다.

오래 전 이혼했는데, 자녀들이 성장할 때까지 여자 생각 안하고 열심히 살았다. 이제 자녀들은 다 컸고, 그는 한국에 가서 로망을 이루고 싶어한다. 금의환향해서 마음이 잘 맞고, 대화가 통하는 여성과 재혼하는 것이다.

오랫동안 잊고 살았던 남자로서의 행복을 찾기로 한 그의 결심에 박수를 보내면서도 현실적인 얘기를 했다.

    “사장님이 떠나온 30년 전 한국이 아닙니다. 한번이 아니라 두 번 더 생각하세요.

    시민권 포기하지 말고, 우선 한국에서 몇 개월 살아보고 결정하시는 게 좋을 것

    같은데요…”

이렇게 한국으로 돌아가려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반대로 한국을 떠나려는 사람도 있다. 한국에서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30대 후반의 남성은 한국의 정치적, 사회적 환경 싫어서 미국에 오고 싶어한다.

그는 9억원의 자본금이 있다면서 미국에서 펼칠 제2의 인생에 대한 포부를 밝혔다. 미국에서 영주권이나 시민권이 있는 여성과 결혼해서 안정된 생활을 하는 것에 대한 것도 물어보는 등 미국 이민을 구체적으로 생각하는 중이었다. 그에게도 역시 비슷한 얘기를 했다.

    “9억원을 다 가져오지 말고, 1~2년이라도 미국 생활을 해본 다음에 확신이 생기면

    그때 자금을 옮겨도 늦지 않을 것 같아요…”

목표로 하는 방향이 어디든 간에 이제 글로벌에서는 거리개념은 없어지고 있다. 한편으로 해외 이주에 대한 청사진도 있지만, 위험한 지뢰밭이다, 교포와 비즈니스를 하지 말라 등 소문과 지침이 떠돌면서 걱정도 커진다.

이런 상황에서 중요한 것은 신뢰이다. 누가 신뢰있는 만남을 주선할 것인가. 한국行, 혹은 한국發 비행기에 마음을 먼저 실은 사람들에게 인생의 동반자를 찾아주는 일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 이웅진, 결혼정보회사 선우 대표 ceo@couple.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