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상증(체기, 소화 장애)

입부터 항문까지의 길이는 9m라고 하는데, 여기서 7m는 소장의 길이라고 합니다. 9m의 긴 관은 각 부분이 각자 주어진 임무를 다하여 음식을 씹고, 넘기고, 해독하며 골고루 혼합하고, 소화 흡수를 하고, 찌꺼기를 분리하고, 재흡수하며 노폐물을 만들어 내보내는 기능을 충실히 합니다. 이런 기능으로 우리는 먹고 마셔 활동에 필요한 에너지를 얻습니다.

위장은 입을 통해 들어온 음식을 위액과 섞어 흡수가 잘되도록 하며 양을 조절하여 아래로 조금씩 내려보냅니다. 사람의 외모가 모두 다르듯이 위장도 사람마다 크기가 조금씩 다르고 기능에 차이가 있어, 같은 양의 음식을 먹어도 배가 부르다고 하는 사람이 있고 부족하다고 더 먹는 사람도 있으며, 적은 양을 먹고도 배부르다고 하며 소화가 더딘 사람이 있는가 하면, 먹고 얼마 지나지 않아 배고프다고 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이런 소화력의 차이는 태어날 때부터 타고나는 것 같습니다.

어느 대학 동아리에 작은 키에 체중이 45kg(100 LBS) 되는 여학생의 식성은 상상을 초월한다고 합니다. 한 끼에 공깃밥 4개 기준으로 3~4인분은 기본이고 불고기 5인분, 햄버거 10인분, 국수 5인분을 앉은 자리에서 먹는다고 합니다. 운동하는 남학생이 먹는 데는 자신이 있다고 하여 작은 체격의 여학생을 만만하게 보고 그녀에게 도전했다가 중도에 포기했고, 그 학교에서는 아무도 여학생의 식성을 이긴 사람이 없다고 합니다. 

여학생처럼 소화력이 좋은 사람도 있지만, 어떤 이는 위에 아무 문제가 없다고 하는데, 음식을 먹기만 하면 소화가 되지 않아 거북하고 트림이 올라와 꺽꺽거려 먹는 것이 두렵다고 하는 이도 있습니다. 이렇게 평소 위에 이상 없이 탈이 나는 증상을 ‘위상증’이라 합니다. 위상증은 음식으로 일어날 때도 있지만, 위장의 기능 이상으로 발생하는 경우가 더 많아 원인이 없다고 하며 이것을 우리는 ‘체했다’ ‘얹혔다’라고 표현합니다. 얹히면 과거에는 사관을 따야 한다고 하여 손가락 특정 부위 2곳, 발가락 특정 부위 2곳을 바늘로 따 피를 내어 짜냈으며 지금도 체하면 이런 방법을 이용하는 분도 있습니다. 이런 민간요법이 실제로 효과가 있을 때도 있고, 없어도 심리적으로 안정을 얻게 합니다.

고-의학서에는 ‘위가 상하면 음식 생각이 없고 가슴과 배가 불러오며 아프기도 하고 구역질과 트림을 자주 하고 신물이 넘어오며 쓰리기도 하고, 눕는 것이 편하고 가끔 옆구리가 결리고 아프며 가슴이 막히며 목이 메어 음식이 잘 내려가지 않는 것을 ’위상증‘이라 한다고 했습니다. 이 내용이 현대의학에 말하는 위장병 증세와 일치하며, ‘위상’이란 위 자체의 기능문제이므로 만성적으로 발전합니다. 위 운동력이 강력해도 문제가 오고, 반대로 약해도 위상증(체기)이 생깁니다. 체기가 자주 발생하면 가루음식(떡, 피자, 라면, 국수, 빵)에 더 예민하게 반응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또 음식이 지닌 고유의 성질이 맞지 않으면 위를 무력하게 하여 위가 상(傷)하게 되므로 체기가 일어납니다. 위장의 기능문제는 전문용어로 비위허증, 한습증, 비위습열, 위열, 위양허, 위기역 등등 여러 가지가 있는데, 예) 열증 체기는 입 건조와 입 냄새가 나고, 트림, 변비, 가는 변, 상복부가 답답하고, 열증 알레지 피부염이 생기고, 허증 체기는 입안이 끈적거리고 침이 많이 나오고, 복부팽만, 두통, 나른함, 아래가 빠지는 증상, 한증 알레지 비염이 생기고, 조금 먹어도 배가 부르고, 소변을 자주 보는 증상을 수반하며 개인마다 조금씩 다르게 나타납니다. 

체기는 주로 위장에 발생하는 것을 말하지만, 마음에서 시작되어 나타나는 것도 있어, 신경만 썼다 하면 체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마음의 체기는 자신만의 생각 안에 갇혀 있어 불안과 두려움, 긴장을 일으켜 공황장애, 노이로제를 만들며 소화기관과 신체에 영향을 줍니다. 신체적이든 정신적이든 그동안 쌓였던 체기를 풀어내시고 새해에는 건강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