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눈#2

음… 다먹었어!

아니 어떻게 한박스를 다먹어? 며칠되지도 않았는데…

000의 입가에 미소가 번지더니 나에게 대답을 한다.

내가 이곳 6층에 사는 친구들을 다불러서 함께 나누어 먹었는데 2시간만에 다없어져버렸어!

아니 그것은 너에게 비타민씨를 섭취시키려고 내가 특별히 주문해서 네게 딜리버리해준 것인데…

000는 미소를 띄운채 괜찮아… 나누어 먹으니까 기분이 좋아!

알고있는데… 그건아니지!

000는 담배를 하루에 한갑씩 피워댄다. 니코친중독자다.

나라에서 받는돈 $1200..중 한달에 400불정도가 담뱃값으로 지불되어진다.

나는 000를 두번째 만나게되면서 결정을 해야했다. 나하고 처음 만나는 날 000는 기침을 해대었다. 얼마나 기침을 해대는지 옆에서보기에도 마음이 딱해보이기까지 할 정도였다.

두번째 000를 만나는날 나는 000에게 제안을 했다.

내가 생각하기엔 네가 담배로 인해 병이 더심해질것같은데… 내생각엔 네가 담배를 끊을 수가 쉽지가 않으니까 담배를 줄여가보면 어떨까? 하고…

그리고 시작한게 20개피의 담배가 15개로 15개가 10개로 줄여들면서 나는 000에게 심리적보상을 해주기 위해서 000가 먹고싶어하는 과일을 사다주기로 한 것이었다.

그래서 지난주에 오렌지, 그것고 파운드에 $2.96하는 만다린오렌지를 한박스 사다주었는데 000의 이쁜마음이 하루만에 거덜난 것이다.

나는 음! 친구들하고 나누어먹었어!라고 대답을 하는 000의 누워있는 얼굴을 바라다보면서 음음 그랬구나!

잘한것 같은데 나는 네가 지속적으로 먹을것을 남겨두면 더 좋을것이라고 생각하는데…

라고 물어보니 음 괜찮아! 더 이상 말이 없는 000를 바라보았다.

000는 캘리포니아출신이었다.

2009년도에 우리프로그램에 들어왔는데 처음 들어올 때 작성한 인테이크서류를 살펴보아도 000가 어떻게 해서 그않보이는 눈을 갖고 이곳 워싱턴주까지 오게 되었는지 알수가 없었다.

그리고 내가 몇번을 물어보아도 대답을 피하고는 해서 나도 더 이상 묻지않고있지만 나는 어떤 뜻하지 않은 일이 일어날 경우를 대비하여서 가족들의 소식을 알고있어야하는데 000는 아직까지는 별대답이 없다. 엄마는 어디살고계시니? 음음음…

나중에 얘기해줄께…

그래, 그럼 언제든지 준비되면 알려줘? 나는 000가 말하고 싶지 않은 과거사가 궁금한게 아니라 혹시라도 000의 신상에 문제가 생길 경우를 말하는 것이었다.

내가 잠시 말을 멈추고 있자 누워있던 000가 얘기를 한다. 레지나, 나 샤워했어!

와우! 그래? 며칠만에 샤워했는데? 음… 3일만이야. 그래 너무 잘했다. 그럼 다음번에 오면 이틀마다 할수있겠어? 음음음 그럼 내가 이틀만에 샤워하면 뭐줄건데? 뭘줄까?

롤리팝 줄까? 음… 좋아! 나 포도롤리팜 좋아해! 그래! 그럼, 지금부터 일주일간 이틀마다 샤워하는 거다! 샤워할때마다 아래층 로비에 있는 하우징매니저에게 네가 이틀만에 샤워한거 보여줘야 돼? 알았니?

오케!

나는 이들을 담당하는 카운셀러다.

일을 쉽게 하려면 굳이 샤워를 하든 안하든 그리신경을 쓰지않아도 될일이다.

그런데 어차피 내게 맡겨진 한사람 한사람들의 삶이라면 나는 내게 주어진 삶에 최선을 다하고 싶다. 내가 먹듯이 이들도 먹게 하고 싶고, 내가 살듯이 이들도 살게 하고 싶으며, 이들에게도 가능하다면 같은 것을 느끼게 도와주고 싶고, 이들과 같은 모양으로의 삶의 길에 동행을 하고프다.

우리에게는 관리해야 할 환자고객들이 많다. 그리고 일일히 자세히 신경써서 일하는 일이 쉽지는 않다. 그렇지만 최선을 다해서 일을 하다보면 가능한 일이다.

우리 모두는 누구나가 똑같이 살아가는 인생길에서 남의 인생을 함께 살아가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아니, 그리많지는 않을것이다.

그런데 나는 내가 해야하는 일이 이들의 삶과 함께 걸어가야하는 일이다.

생각해보면 이런 축복이 있을수 있을까? 생각을 하며 000의 방안을 한번 더 둘러보는데 000의 아파트 방문 창가에 눈이 닿으니 창문이 있는 틈으로 검은 무엇인가가 있어서 가까이 가보니 새둥지 같았다.

나는 누워있는 000에게 저기에 새둥지가 있네? 라고 물어보니 금년 봄에 새두마리가 자기창문에 집을 지었단다. 얼마후에 새소리가 더많이들려서 000가 살펴보니 새끼를 세마리나 낳았단다.

나는 보이지 않는 000가 새끼가 3마리라고하는 말이 신기하기도 하여서 너는 눈이 보이지않는데 어떻게 새끼가 3마리인줄 알지?

라고 물어보니 000가 얘기를 한다. 레지나 너는 내눈이 안보인다고해서 내가슴의 눈도 안보인다고 생각하니? 내가슴으로 보니까 이쁜새두마리가 새끼3마리를 낳아서 여름내내 지내다가 얼마전 다날아갔단다.

그럼 새둥지는 내가 너를 방문하기전부터 있었던 일이구나? 그렇단다. 금년 3월부터 금년 8월까지 새들이 다칠까봐 문을 닫지못해단다.

새둥지는 유리문과 스크린문사이의 벽에 집을 짓고서는 여름내내 000에게 새소리들을 들려준 것이었다.

000를 방문하고 다시 사무실로 돌아오는 내내 내가슴이 뭉쿨했다.

그래 ! 두눈이 안보여도 가슴으로 보는 눈이 있었던거야!

우리는 얼마나 많은 우리의 편견된 생각으로 사람들을 카테고리안에 넣어버릴까?

나역시도 그럴때가 많다는 것을 느껴보며 생각을 많이해본 날이었다. 내가 만나는 사람들은 여러가지 모양의 정신질환자들이다.

그리고 소외된 계층이다. 이들은 많이 외롭다. 그래서 더많은 도움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들이 부족하다고해서 이들을 소홀히해서는 안된다

이들도 희노애락을 느낄수 있으니 그냥 우리 친구들에게 하듯, 그냥 우리자식들에게 하듯이 편안한마음으로 대해주면 이들이 느낀다.

그러면 이들이 마음의 눈을 연다

우리에게는 두눈.이 있지만 이들에게는 마음의 눈이있는 것을 다시 느껴보는 오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