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니얼 윤 변호사의 <법률상식 생활상식> (24)
유언장 상의 수혜자가 먼저 사망한 경우 혼란… 유언의도 반영 위해 변호사 도움 필요
(문) 5년전 유언장을 작성하면서 가지고 있던 투자용 부동산을 조카 A에게 물려주도록 정해 두었습니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얼마 전 A가 교통사고로 사망했습니다. A는 부인 B와 두 명의 자녀 C, D를 남겼습니다. 한편, 유언장의 다른 조항에서는 수혜자(beneficiary)를 지정해 두지 않은 나머지 재산 ( residuary estate)에 대해서 제가 다니던 교회에 기부하도록 정해 두었습니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투자용 부동산을 받을 A가 존재하지 않는데, 혹시 제가 갑자기 사망한 경우 이 부동산은 누구에게 돌아가는지요.
(답) 유언장에서 특정 재산을 물려받도록 지정해 놓은 수혜자가 유언자 보다 먼저 사망한 경우, 나중에 유언자가 사망하더라도 그 재산을 물려 받을 수혜자가 존재하지 않게 됩니다. 이 같은 상황이 발생한 경우를 유언장을 통한 재산 상속이 실효(lapse) 되었다고 말합니다.
유언장을 통한 재산 상속이 실효된 경우 자칫하면 해당 재산이 유언자의 의도와 상관없는 다른 사람에게 전달될 가능성이 커지게 됩니다. 예를 들어 위의 사례의 경우 유언자의 본래 생각은 부동산을 조카 A에게 물려줌으로써 A와 더불어 A의 가족에게 혜택을 주고자 하는 것이 의도였을텐데, A가 먼저 사망함으로써 유언자가 의도하지 않은 방향으로 재산이 전달될 수도 있는 것입니다. 워싱턴 주의 경우도 주 법률 RCW 11.12.120에 의거해서 재산 상속이 실효된 경우 나머지 재산으로 분류해서 배분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위의 사례의 경우 이 조항에 따르면 이 투자용 부동산이 교회에 전달될 것입니다.
그러나 이처럼 법률을 기계적으로 적용할 경우 유언자의 본래 의도가 반영되지 않을 위험이 있습니다. 따라서 대부분의 주에서는 유언장 상의 재산이 실효되는 것을 방지하는 법 조항 (anti-lapse statute)을 만들어 놓고 유언자의 의도와 가장 가까운 방향으로 재산이 전달되도록 규정해 놓고 있습니다. 이를테면 유언장에 정해진 수혜자가 먼저 사망하더라도 수혜자가 유언자의 가족 또는 친척이었고, 수혜자가 자녀 또는 자손을 남긴 경우에는 수혜자가 없더라도 그 자녀들이 해당 재산을 받을 수 있도록 법적으로 정해두는 것입니다.
워싱턴 주의 경우도 실효 방지 법 조항 (RCW 11.12.110)이 있어 유언자의 의도를 가급적 반영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워싱턴 주의 실효 방지 조항은 까다로운 조건을 충족해야 적용이 가능합니다. 구체적으로는 (1) 유언장에서 수혜자의 이름을 특정해야 하고, (2) 유언장 의 내용에 수혜자가 유언자 보다 반드시 오래 생존해야 한다는 표현이 없으며, (3) 수혜자가 유언자의 조부모의 자손이고, (4) 수혜자가 유언자 보다 먼저 사망했으며, (5) 수혜자가 자손을 남겼어야 한다는 모든 조건이 충족되어야 합니다.
이를 위의 사례에 적용하면, 조카 A는 유언자 보다 먼저 사망했으므로 투자용 부동산 상속은 실효(lapse)될 상황에 처했습니다. 만일 실효방지 법 조항(anti-lapse statute)이 없다면 이 부동산은 기타 상속 재산에 포함되어 교회에 기부될 것입니다. 그러나 만약 유언장에서 A가 유언자 보다 반드시 더 오래 살아야 한다고 정해 놓지 않았다면, 실효방지 법 조항의 나머지 조건은 모두 충족되기 때문에 이 부동산은 A의 자녀 C, D에게 돌아갈 것입니다.
실효방지 법 조항과 관련해 유의할 점은 유언자가 유언장에서 “수혜자 X가 먼저 사망할 경우에는 Y에게 준다”는 식으로 대체 수혜자(successor beneficiary)가 정해져 있는 경우입니다. 이 경우에는 X가 먼저 사망하더라도 Y가 그 자리를 대체하게 될 것이므로 실효는 발생하지 않으며, 따라서 X의 가족은 혜택을 받지 못할 것입니다.
위의 사례에서 보듯이 유언장 내용상의 간단해 보이는 한 두가지 표현의 차이만으로도 크게 다른 결과가 생길 수 있습니다. 유언장 작성에 전문 변호사의 도움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문의 (425) 628-0811, daniel@theyoonlaw.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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